본문 바로가기

다 된 만화에 페미니즘 끼얹기

by 주영씨 2020. 2. 20.

 

출처 : 구글 이미지

 

 

 

여러 웹툰 속 등장하는 여성서사. 이 시대를 대표하는 웹툰이라는 장르.

남녀노소 불문하고 스마트폰만 있다면 웹툰에 접근하고 즐길 수 있다.

음… 내가 말재주가 없어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저자의 말을 빌려본다.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지금, 이 변화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대중문화 장르는 웹툰일 것이다. 그리고 웹툰계 내에서도 변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한 주체는 여성작가임에 틀림없다. 물론 작품이 반드시 여성주의적인 의식화를 바탕으로 쓰여야 할 이유는 없다. 여성으로서 작가의 자의식과 작가가 해석한 시대상이 작품에 반영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저자는 주로 가부장제의 현실 속 은폐돼 온 여성착취를 제대로 조명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방면에서 페미니즘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해 웹툰이 비추는 현실문제를 지적하고 평가한다. 중간중간 들려주는 웹툰의 줄거리는 재미있다.

저자가 깊이 통찰하고 살펴본 흔적들이 곳곳에 베여있다.

또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페미니즘의 담론들에 대해서도 더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퀴어 축제에서 또다시 가려진 존재들. 나는 퀴어 축제의 존재를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 알게되어 생소했다.

입학하자마자 나를 반겼던 것들은 미디어 속 여성상들 그리고 그와 반하는 페미니즘 담론들이었다. 갑자기 다양성, 차별, 존중과 이해라는 단어들 속에서 어지럽게 헤엄치던 중에 차별 속 또다른 차별이라는 주제는 또다시 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이 책은 여러 주제들에 대해서 하나라도 놓칠 게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메모를 했다. 페미니즘을 접했을 때처럼, 나를 향한 질책과 무기력함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건강한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

나의 억울함의 근원을 진단받고 정리했달까?

 

“양육자에게는 언제든지 피부양자의 생존 지원을 중단할 수 있는 권력이 있다. 나쁜 양육자들은 용돈을 끊거나, 휴대폰을 빼앗거나, 집에서 나가라고 협박하는 방식으로 아이에게 위계를 확인시킨다. 예쁨받기가 아이들에게는 일종의 생존 수단임을 의식하지 못하는 여아 찬양론자들은 그래서 위험하다. 자신의 욕망이 투사된 칭찬과 격려로 여성의 순종성을 강화하고, 그 순종성이 여성의 생물적 특질이라고 믿어버리기 때문이다.

 

아직도 너무 많은 사람이 딸의 쓸모를 기특해하는 마음과 딸을 인간으로 존중하는 마음을 혼동한다. 여자는 순응하는, 배려하는, 헌신하는, 가정적인, 섬세한, 다정한, 공감하는 동물이라는 전제 위에 형성된 여아선호는 여권 상승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 ‘아들 키워봤자 딸이 효도하더라’는 말에는 감정노동과 돌봄노동에 능하도록 길러져온 딸들의 과거와 앞으로도 그 의무를 잘 수행하게끔 길러질 딸들의 미래가 압축되어 있다. 이러한 기대는 순종성을 고착시켜 딸에 대한 학대를 보다 원활하게 만드는 족쇄일 따름이다.”

 

나는 지금도 혼자 마음 고생하는 한국의 딸들에게 가부장제에서의 탈피를 권하고 싶다. 모두가 한결 같은 피해자일수는 없을 테고 서로가 가해자와 피해자 역할을 하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을 테다. 국가가 당연시하던 가부장제 아래에서의 폭력, 억압들이 얼마나 잔인한 건지 그 속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다들 그렇게 사는 거라고 믿으며 나의 가능성을 축소시킨 채 살고 싶지는 않다. 본인이 정말 괜찮다면 상관이 없지만 본인이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해지고 싶다면 무모하지만 독립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6개월 정도가 지난 이제와서 다시 써보건대 무모한 독립은 정말 아닌 것 같다. 경험한 사실이다. 힘든 시간이었다.  더러워도 참고, 그럼에도 가족이므로 힘든 만큼 사랑하고 사랑받는 소속감이 있다면 페미니즘을 위해 가정을 탈출할 필요는 없다.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사실 난 이 글을 쓸 당시는 엄마와 갈등의 골이 깊었으나 지금은 매우 사이가 좋다. 어쩌면 엄마에게서 벗어날 객관적 근거를 찾았다고 기뻐했는지 모른다. 나는 가부장제의 폭력성을 "많이"는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다.

 

어찌되었건 인생은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나를 중심으로 두고 세상으로 넓혀나가는 긴 여정이니까. 내가 행복해야 주변사람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기록한 글 말고도 좋은 내용이 책에 많이 담겨있다. 또한 웹툰을 질낮은 소설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생활의 활력이 되는 여러 웹툰들을 소개받아 갈 수 있다는 점도 참 좋다. 물론 완결된 웹툰은 거의 다 유료다.

어찌되었든 이 책을 알게 되서 얻어가는 게 많구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