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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아리/이아리

by 주영씨 2020. 2. 17.

다 이아리 : 누구나 겪지만 아무도 말할 수 없던 데이트 폭력의 기록

 

 


 

 

 

출처 : 네이버 이미지

 

 

 

나는 안타깝게도 모태솔로라 데이트 폭력을 당한 여성들의 상처에 완벽히 공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겪어온 수많은 성차별, 밤거리를 다닐 때 드는 두려움과 나보다 힘이 센 남자들의 위협에 겁을 먹었던 경험들이 있어 이해가 됐다. 

 

우리나라는 '데이트 폭력'에 대해서 아직 가해자를 엄격히 처벌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폭력은 연인간 사랑싸움으로 치부되면서 그 심각성이 은폐된다. 

 

 

 

 

 

 

 

 

처음에는 한없이 자상하고 따듯했던 남자가 그렇게 폭력적이고 잔인하게 변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사회적 평판,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피해자에게 돌아와 정신적, 신체적 학대를 하니 쉽게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하나같이 자살이나 살인 협박을 하고 집 앞을 찾아와 사람을 지치게 한다. 낯뜨겁게 소리를 지르고 스토킹을 하는 모습들.

본인이 잘못이라는 것, 가해자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 채 폭력을 행사하고 상처주기를 반복하는 그들. 

 

생각보다 데이트 폭력의 기억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현실에서는 깡패, 건달 같은 무시무시한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남성들도 쉽게 폭력을 저지르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길을 걷다가도 우리 곁을 지나는 사람들 중에는 피해자였거나 피해자인 사람도 있을 것이었다. 

 

작가는 '이아리'라는 가명으로 자신의 데이트 폭력의 기억을 공유했다. 전 남자친구와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아도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고 언제 자신을 해칠 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지냈다. 또한 신경질적이고 난폭하게 변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또다시 그를 떠올리고 아파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무리 사랑을 했던 사람이었다지만 몇 달간 집 앞에 찾와 욕짓거리를 해대고, 소리를 지르다가 울다가 협박하고, 스토킹을 일삼고 살인위협까지 해대면 정말 무서웠을 것 같다. 

 

실제로 데이트를 해 보지 못한 나는 한편으로는 그래도 데이트를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조금 맞더라도.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내가 얼마나 데이트 폭력을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 피해자들에게 공감하지 못하고 가해자의 시선에서 생각했는 지 깨닫고 반성하게 되었다. 

 

 

 

 

 

 

"사랑받기도 부족한 시간을 불안과 눈물로 채웠을 당신에게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었다고 이제는 그 아픈 연애를 그만두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피해자들이 멍청해서, 자기 주장을 명확하게 하지 않아서, 빠져나오지 못해서 폭력을 당했다는 게 얼마나 실례이고 또다른 폭력이라는 것. 누구나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잘 모른다. 얼마나 벗어나기 힘든 것인지.

그럼에도 꿋꿋이 버티고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

 

용기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폭력의 피해자인 사람들에게 위로를 준 이아리 작가의 '다 이아리'였다.

 

 

※만화 출처 : 네이버 웹툰, 네이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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