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되면 25살(만나이 23^^)이 된다.
이제껏 20대의 절반가까이를 보내면서 나름대로 아쉬웠던 점과 후회되는 점들이 있었는데
오늘 정리해보려고 한다.
1. 쉽게 포기해 버린 것
이제껏 노력했던 것의 가치를 생각하지 않고 쉽게 포기했던 것. 포기란 좋은 것을 쥐고 있을 때 더 나은 선택을 위해서 포기해야 할 텐데 나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20대에 들어서서 수많은 sns에 시간을 뺏기고,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에라 모르겠다 생각하고 로또 번호 찍듯이 선택한 게 후회되는 것 같다.
너무 쉽게 쉽게 결제하고 버렸던 것들이 많다. 차라리 하나 살 때 내 마음에 쏙 드는 걸 돈 한푼 두푼 모아서 샀어야 했는데, 당장의 내 욕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아무거나 당장 필요해보이는 가성비 좋은 것들로만 선택하고 후회했다.
2. 몸에 좋지 않은 것을 많이 먹은 것
내 피부가 타고나길 좋은 피부였다면 더 아무거나 먹고 운동도 안 했을 것 같다. 피부에 관심을 가지고 나서부터 우유 든 음료를 자주 마시던 습관, 무조건 밀가루 음식을 사랑했던 습관들을 조금씩 고친 것 같다. 여전히 하루에 한 끼는 분식, 패스트푸드 먹어줘야 하는 건강에는 저질 입맛이지만... 조금씩 평생에 걸쳐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3. 다양한 모임에 나를 던지지 않은 것
새내기 때는 고등학교 때와는 달라진 나를 마음껏 뽐내겠다고 다짐했지만 쉽지 않았다. 교회 동아리, 사진동아리 여러 개를 들었지만 오래 간 건 없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걸 해보려고 했어야 했다. 시도는 좋았지만 사람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귀찮아했다. 조금만 불편하고 나를 싫어하는 낌새를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부담스러워했고 피했다. 그게 후회된다. 내 인간관계 스킬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붙어있었어야 했는데.
4. 과소비한 것
코로나 시기여서 더욱 주제 분간이 안 된 것 간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랭이 찢어진다는 말이 딱. 남들이 다 사고 좋아보여서 분수에 안 맞게 할부로 PT60회 끊고, 흉터 치료한다고 비싼 돈 주고 새살침 받았다가 효과는 못 받고 한동안 빨간 자국으로 우울감만 늘어났던. 이래저래 자기 합리화하면서 붙임머리도 받고 1주일만에 떼어냈다. 대환장할 노릇.
물론 좋은 경험들이다. 그러나 뭐든 내 수준에 맞게 즐길 필요가 있다.
5. 유튜브를 해보지 않은 것
블로그를 나름대로 운영해봤다. 주저리주저리 글쓰고. 내가 유일하게 세상에 내 가치를 팔 수 있는 일이 최저시급 아르바이트 아니면 글쓰기 밖에 없기 때문에. 내 콘텐츠를 하나 둘씩 만들어가본 경험은 좋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유튜브를 올려보지 않은 것. 왠지 장비 이것저것 다 갖추고 예쁘게 자막 달고 썸네일도 세련되게 예쁘게 꾸며야 할 것 같은. 현실은 나는 꾸미는 거 귀찮아하는 사람. 하지만 그런 건 없다. 올해 목표는 유튜브 브이로그 업로드. 조금씩 예쁘게 갖춰서 올리기. 좁은 원룸에 인테리어가 부실해도 다 핑계다. 해보자.
6. 한학기 휴학
나는 2022년 상반기에 1학기 휴학했다. 후회되는 것은 1년간 휴학을 해보지 않은 것. 휴학하는 동안 작가교육원에 다니지 않았던 것. 하지만 그 때 몰아서 땄던 컴활, 한능검, 운전면허는 취업시장에 첫발을 내딛기 위한 중요한 자산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이력서 내밀기용? 그렇지만 남들 다 한다고 하나씩 마련해서 디폴트값이 되긴 했는데. 만족하냐?면 딱히. 그 시간에 이것저것 내 전공과 미래에 대해서 더 고민해보고 아르바이트도 편의점 말고 카페나 물류센터 같은 곳도 좀 해봤어도 좋았을 텐데.
7. 늦었다고 생각한 것들
21살, 22살 인생이 끝난 것만 같았다. 그 때는 재수, 삼수는 꿈도 못 꿨고 편입은 생각도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 이렇게 취업 준비다 휴학이다 고시준비다 뭐다 하면서 날리는 시간에 내 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잘못된 것 같다고 생각한 학과를 바꾸기 위해 수능을 한번더 응시해봤어도 좋았을 것 같다. 지금도 나는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10년 뒤에 내가 보면 다르겠지. 하지만 이제는 내 생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할 나이가 오니까. 부모님께 더 이상 빚을 지고 싶지 않다.
8. 여드름을 마구 짠 것
나는 여자 치고 얼굴에 크고 작은 흉터들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큰 콤플렉스로 작용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는 공부가 전부인 줄로만 알았고, 스스로를 전혀 돌보지 않았다. 교우관계도 엉망. 조금 더 나를 여자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가꾸었어야 한다. 사실 중학교 때부터 나는 내 피부를 쥐어뜯고 싶었고 나를 감싸고 있는 두꺼운 피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세상은 피부가 하얗고 깨끗함을 좋아하고 나도 그걸 선호하지만. 나니까 나를 더 사랑하고 가꾸었어야 한다. 꽤 어린시절에 애정결핍으로 부모님께 관심받고 싶어서 내 볼을 스스로 할퀴었던 상처들이 손톱자국이 크게 남아있고, 그 외에 여드름 흉터들, 수두자국들까지 곳곳에 있다. 사실 지금도 부모님이 원망스럽다. 어릴 적부터 가정불화에 좋지 못했던 경제상황들. 그걸 증명하는 것 같은 내 얼굴. 예쁘고 똑똑한 언니의 존재까지. 나를 괴롭혀왔던 것들.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집에서 나는 피해자의 위치에서만 있지 않았고 누구보다 이기적인 가해자이기도 했다. 2024년엔 이런 집에서 독립하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고.
9. 발표를 피한 것
발표가 싫다고 피하다 보니까 발표가 두려워졌고, 이제는 앞에 서서 모두가 나를 주목하는 상황이 되면 몸이 굳고, 머리가 새하얘진다. 대학 때 자처해서 발표하는 버릇을 들였어야 했는데 아쉽다. 발표를 망쳤던 첫 대학 팀플 기억으로 졸업 때까지 발표는 기를 쓰고 피했는데 후회가 많이 남는다. 그 때 프레젠테이션 역량을 키웠어야 했는데.
10. 꾸미는 법을 익히지 못한 것
꾸미는 게 귀찮고 싫었다. 페미니즘을 접하고 나서부터는. 그러면서 남들의 연애를 동경했고, 드라마에서 나오는 여주인공을 시기했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대리충전하기 위해서 드라마를 보면서, 세상에 저렇게 예쁜 평범녀가 어디있나? 저 정도면... 하면서 끊임없이 허상 속 인물 옆에 나를 세워놓고 저울질했다. 그리고 단념하고 포기했다.
연애도, 결혼도 힘들텐데 뭘. 스스로 꾸몄을 때 자신감이 올라가고 태도와 행동이 바뀐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래저래 촌스럽던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여자로 태어난 덕분에 선머슴 같은 내가 이 정도라도 성장한 느낌이랄까.
11. 스스로를 대접해주지 못한 것
앞에 것들과 상통하는 얘기일 것이다. 나는 스스로를 하대하고 학대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다. 중학교 때 반 남자애들이 니가 여자냐? 했던 말부터 어릴 적부터 듣던 외모에 대한 품평들과 서열매김에 익숙해져서 나는 사랑받지 못할 거야라고 생각했다. 부모님도 세상에서 우리 딸이 최고야 하는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부모님은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나는 현실이 왜 그렇게 싫었는지 내 모습이 가짜일 거라고 오래도록 믿었다. 내 껍데기는 지금 일종의 챌린지 중이라고. 내가 무슨 트루먼 쇼라도 된 것처럼 날 둘러싼 세상이 가짜이고 나는 엄청 예쁘고 가녀린 여자인데 지금 잠깐 나로 살고 있는 거라고. 그래서 나를 더 가꾸지 않고 못난 모습들을 외면했다. 그렇게 나를 스스로 존중하지 못해서 어깨는 움츠려 들었고 나를 가꾸는 데 소홀했다. 지금도 진정으로 나를 아끼기 보다는 대외적으로 남들과 교류를 해야하기 때문에 중요한 자리에 꾸미고 나가는 정도인 것 같다.
그래도 피부가 많이 안 좋았던 덕에 술, 담배를 한번이라도 더 자제할 수 있었고 내 식습관을 더 검증할 수 있었다. 여전히 자극적인 엽떡, 초콜릿, 젤리, 라떼를 사랑하지만 말이다. 앞으로 누가 날 이렇게 생각하겠지. 내가 이정도도 안되겠지 생각하는 대신에 날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개성파 인간으로 존중하면서 나를 더 파악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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